04. 아이비 역사

읍참마속이 주는 교훈

아이비리 2020. 10. 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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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읍참마속이 주는 교훈 》

삼국지의 주인공인 유비를 도와 촉한을 건립하고, 유비의 아들인 후주 유선에게 출사표를 올려 오장원에서 숨을 거둘때까지 북벌을 진행하였던 제갈량은 촉한으로 넘어오기전 형주땅(지금의 우한)에서 알게된 "백미"라고 일컬어지는 재주가 뛰어난 마량등 마씨 형제들과 친분이 두터웠다고 한다.

마량을 비롯한 마씨 형제들은 제갈량에게 "존형"이라고 부를정도였었는데, 유비-관우-장비와 같은 결속력있는 관계까지는 아니겠지만 제갈량은 마씨 형제들과도 매우 끈끈한 관계임을 보유주는 사례가 많이 나온다.

특히 유비가 동오 전투에서 대패를 하고 촉한과 동오의 경계 부근의 백마성에서 숨을 거둘때 탁고대신으로 간 제갈량에게 남긴 유언중 하나가 마량의 동생인 마속을 너무 끼고 다니지 말아라였다.

유비의 이 유언에서 추측할수 있는 것은 촉한의 인재를 배제하고 형주에서 온 인재만을 편애하는 제갈량의 편향된 인사를 조용히 꾸짖는것이었고 언사가 가볍고 정석이 아닌 재기 발랄한 마속이 국가 운영에 있어서 자칫 위험해보일수 있음을 제갈량에게 알리기 위함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유비가 죽어가면서 제갈량에게 그렇게 마속을 조심하라고 일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속은 제갈량의 제1차 북벌에서 아주 대형사고를 쳤었고, 이로 인해 촉한은 서서히 국운이 다해 2대 유선에서 촉의 수명은 다하게 되었다.

제갈량의 북벌은 총 5차례가 있었다.

그러나 5번의 북벌중에서 위나라에 가장 위협적이고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것이 첫번째 북벌이었으며 그래서 첫번째 북벌 실패한것이 두고 두고 안타까운일이었다.

촉한은 진령산맥이란 천험의 자연 요새가 있어 외부의 적으로 부터 지키기가 매우 용이하였으나, 반대로 나아가기는 힘이 드는 곳이다.

그래서 조조가 진령산맥을 넘어와 한중땅을 손에 넣었지만, 한중이 적으로 부터 공격을 당하면 험준한 진령산맥을 넘어 원군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오죽하면 먹기도 그렇고 버리기도 그런 "계륵(닭뼈)"라는 표현을 하였을까?

후에 조조가 한중을 "계륵"이라면 장탄식을 하는 광경을 목격한 똘똘한 양수가 짐을 꾸려 미리 철수를 하자 조조가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양수를 처형한곳도 그곳 한중이다.

어쨌든 한중땅은 제갈량이 위나라 북벌을 하기 위한 베이스 캠프였던 곳이었다.

북벌의 전초기지인 한중에서 위나라를 공격하기 위한 루트는 크게 3가지가 있었다.

첫번째는 진령산맥의 오른쪽을 우회하여 "자오곡"이라는 계곡을 통하여 관중땅(지금의 시안)을 바로 공격하는 루트이다.

1차 북벌때 위연이 낸 계책으로 자신이 정예병 5천을 이끌고 하후무가 지키는 장안성을 기습 공격하여 빼앗은후 제갈령의 본대가 진령산맥을 넘어올때까지 지켜보겠다라는 방식이었는데 도박을 싫어하는 제갈량의 성격상 채택이 되지 않았다.

두번째는 한중에서 험준한 진령산맥을 넘어 관중으로 넘어가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산세가 험하여 보급을 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는데 실제 북벌을 하면서 이 루트로 공격을 하였으나 보급 문제로 항상 후퇴를 하였다. 목우나 유마와 같은 장치를 개발한것도 보급의 용이성을 위해서 였다.

세번째가 진령산맥의 왼쪽인 농서지방쪽으로 우회하여 가정을 통하여 관중을 공략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제1차 북벌의 루트가 3번째인 농서지방쪽으로 우회를 하였는데, 천수등 3군을 병탄한후 가정을 기점으로 새로운 경계선으로 확정하여 그곳을 새로운 베이스 캠프삼아 기회를 엿봐 관중땅을 공략하려는 계획을 추진하였다.

1차 북벌계획의 입안자가 정확히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1차 북벌을 시행하기 이전에 제갈량은 마속과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같이 이야기 하고 제갈량의 숙소에서 같이 잠을 자는등 그들은 상당한 시간을 함께 하였기에 마속이 1차 북벌 전략을 입안을 주도하였거나 상당히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이 마속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제갈량이 진령산맥을 우회한 1차 북벌을 진행하였을때 위나라는 천지가 진동하고 큰 위협에 빠졌다고 표현할정도로 예상치 못하였다고 한다. 게다가 지키는 군사수 마저 적었다.

또한 제갈량이 농서지방에 사는 강족이나 저족등을 미리 포섭하였기에 드넓은 농서지방을 병탄하는것은 그리 큰 어려움이 아니었다.

그래서 제갈량은 관중(지금의 시안)에 주도한 위나라의 정규군이 농서와 관중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역할을 하는 가정 지역만 확실히 막거나 농서지방을 병탄하는데까지 시간만 끌어주면 위나라의 관중을 넘겨다 볼수 있는 베이스 캠프 확보를 할수 가 있었다.

따라서 가정을 지키는 막대한 중임을 제갈량은 전쟁 경험이 없고 병법서만 읽어왔던 마속에게 일임을 하였다.

1차 북벌시 제갈량의 진군 루트와 조운의 별동대 활약

물론 촉군 내부에서도 가정을 지키는 임무가 중차대하기 때문에 마속이 병법서를 많이 읽었다고 하나 실전에 대한 경험이 없어 감당하기 어려울것이란 생각에 촉군의 에이스 장군이였던 "위연"이나 "오의"를 거론하였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제갈량은 주변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마속에게 가정을 지키라는 중임을 맡기게 된다.

제갈량의 이런 결정이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정확하게 알수는 없으나, 그 가능성으로 첫째, 마속이 1차북벌을 입안하였기에 마무리를 마속이 하여라. 둘째, 파촉지역에 자신의 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제갈량이 마속에게 큰 공을 세워 자기의 세를 불리기 위함이었다. 셋째, 가정에 대군이 지나갈수 있는 길목이 하나뿐이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산맥을 넘어올수도 있기 때문에 마속이 상황에 맞춰 전술 구사가 가능하리라는 측면이 있었으리라 상상을 해본다.

어쨌든 결말을 우리가 알고 있듯이 마속은 제갈량이 시킨대로 가정 길목을 지키지 않고 자신의 군을 산에 위치시켜 위나라의 장합 군대가 가정 길을 쉽게 통과하여 마속이 주둔하고 있는 산을 에워쌓아 물길을 끊으니 마속이 대패하여 장합군이 제갈량의 본진을 노리자 군량이 부족한 제갈량 군은 눈물을 머금고 농서지방을 포기할수 밖에 없었다.

결국 마속의 전술적 판단 미스로 오랜 기간동안 준비해온 촉한의 1차 북벌은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마속은 이에 대한 책임으로 형장의 이슬이 되었고 마속을 아끼는 제갈량은 눈물로서 마속을 베었다 하여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읍참마속의 고사가 이렇게 전해져 내려온다.

마속의 목을 베라고 명령하는 제갈량

만약 마속이 가정 길목을 확실히 틀어막고 위나라의 장합군대를 막았더라면 촉한의 미래는 과연 어찌되었을까? 위나라에 비해 절대적으로 약한 촉한이 3국을 통일한다라는 가능성은 물론 적겠지만 관서지방을 병탄하고 그곳을 관중지방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으면 위나라에서는 상당히 고민거리 일수 밖에 없었을것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촉한이 관중땅을 빼앗기라도 한다면 한나라 유방이 그곳에서 나오는 양질의 말과 풍부한 생산력으로 초패왕 항우를 이겨 역사의 승자가 된것처럼, 비록 모든것이 열세였지만 관중을 차지함으로 인해 역사는 많이 바뀔수도 있었다.

이런 역사의 기로에서 마속의 가정 방어 실패는 촉한에 있어서 정말 뼈아픈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읍참마속의 고사에서 우리가 배울 교훈은 무엇일까?

첫째로, 현실의 경험없이 책만을 봐왔던 먹물들을 쉽게 믿으면 안된다. 물론 이론과 경험은 상호 보완적이지만, 이론만 갖춘채 경험이 없으면 사상누각이다. 마속도 똑똑하기가 둘째 가라면 서러운 인재였지만 우리가 운전관련 책을 보고 운전을 바로 못하듯이 병법서를 잔뜩 읽는다고 그것으로 전쟁을 치룰수 있다라는 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둘째로, 자기와 친하다고 실제 그일을 오래해왔다고 함부로 그 일에 대한 중임을 맡기면 안된다. 축구에서도 페널티킥을 유도했다고 그 사람에게 반드시 페널티킥을 차라고 감독이 지시하지 않는다. 주력이 좋고 패싱 능력이 좋아도 킥력이 부족하면 그 일을 맡길수가 없는 법이다. 페널티킥은 공을 강하고 정확하게 찰수 있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감독과 친하다고, 페널트킥을 유도하였다고 함부로 페널티킥을 맡기면 안되는 이유이다.

ps. 내가 글을 장황하게 쓴 이유는 아무리 책을 많이 있고 공부를 많이 한 교수이고, 현명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현실은 또 다를수가 있다. 그래서 항상 겸손해야 한다. 나는 제2의 마속이 나오질 않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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