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아이비 생각

엘지전자 휴대폰 사업의 몰락 이유

아이비리 2021. 1. 2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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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지전자 휴대폰 사업의 몰락 이유 》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니나" 소설 첫머리에 "행복한 가정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문장이 있다.



이 말은 기업에서도 통용되는 말로 잘되는 기업은 비슷한 이유로 잘되지만, 안되는 기업은 저마다의 여러가지 속사정이 있어서 안된다라는 것이다.

엘지 전자의 휴대폰 사업도 마찬가지다. 딱 이것이 엘지 휴대폰 사업의 문제점이라 찍기는 어렵겠지만 안되는 이유를 보여주는 좋지 않은 사례들이 너무 많았다.

엘지 몰락의 징조는 2009년에서 2010년 넘어가면서 부터였다.

2009년도는 사실 Feature폰의 마지막 풍미를 자아내던 시기였는데 전세계적으로 대략 10억대의 휴대폰이 팔렸다.

이 당시 노키아의 휴대폰 시장 점유율이 36.4%로 압도적이 판매량을 기록하였고 삼성은 19.5%로 2위였으며 엘지는 10.1%로 3위를 마크하여 대략 1억대 가량 팔렸다.


노키아는 부품의 플랫폼화를 통해 다른 휴대폰 모델에도 동일한 부품을 사용하여 휴대폰 제조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췄으며 게다가 휴대폰내에 들어가는 각종 Chip들의 성능을 고성능화 하기 보다는 개별 성능을 떨어뜨려 하나의 Chip으로 One Chip화 하는 전략을 사용하여 반도체 Chip의 개수와 그에 딸린 수동부품등의 숫자를 줄여 원가 혁신을 이뤘다.

삼성의 경우는 사실 전략이라는것이 없었다. 1년에 무려 수백~수천종 가량의 샘플을 제작하여 "대박 판매모델 하나 걸려라"라는 식의 개발을 하였다. 나중의 이야기지만 테블렛 PC 개발을 할때도 디스플레이 사이즈를 결정하지 않고 6인치, 7인치, 8인치, 9인치, 10인치, 11인치등등의 모델을 전부 개발을 해버리는 것이다. 마치 과거에 DRAM을 개발할때도 Trench(파고 들어가는 방식)로 할것인지? Stack(쌓는 방식)으로 할지? 결정을 못했을때 둘다 해서 잇점이 있는것을 채용한것처럼 휴대폰도 매년 엄청난 샘플을 런닝 시켜 개발을 시킨다.

그래서 삼성의 엔지니어들이 매번 바쁘다. 월요일에 PCB 설계를 해서 부품 검토하고 금요일즈음에는 PCB 업체에 CAD 파일 던져주고 PCB 업체는 주말에 설계 검토하여 샘플 만들어서 다음주 수~목요일즈음에 납품하고 완성된 PCB에 각종 부품등을 어셈블리하여 테스트 하는 과정은 1년내내 진행한다.    

(애플의 경우는 모델수가 많지 않지만, 삼성의 경우는 엄청나게 모델수가 많다.)

엘지의 경우도 삼성과 별반 다른점이 없었는데 초콜렛폰이나 아이스크림폰 같은 감성을 자극하고 가격은 비싸지는 않아도 나름 자랑이나 허세를 떨기 좋을만한 제품으로 포지셔닝을 잘하였다. 

엘지 초콜렛폰
엘지 아이스크림 폰



그러나 2009년도 즈음에 애플의 아이폰이란 이름의 스마트폰의 등장이 엘지 휴대폰 헬게이트의 서막이었다.

사실 당시만 하더라도 스티브 잡스의 목표는 연간 1천만대 판매를 목표로 세웠다. 1억대를 팔고 있었던 엘지가 보기엔 나름 귀여운 수치였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이기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엘지로서도 감이 서질 않았을것이다.

게다가 당자 엘지 전자의 사령탑은 남용 부회장이었는데 회사의 전략을 맥킨지에 의뢰를 하였고 맥킨지의 조언이 스마트폰은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날것이고 기존의 Feature 폰의 역량을 강화시켜야 한다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내게 된다.

그런데 애플이 당시 Feature 폰에 있었던 Key Pad를 모두 없애고 커버를 플라스틱이 아닌 화려하고 아름다운 유리를 채택한 정전용량 방식의 터치를 적용하였으며 휴대폰의 틈이 전혀없이 매끈한 디자인을 채택함으로써 사람들이 애플의 아이폰을 스마트폰이 아닌 디자인에 반해 구매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각종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아 스마트폰 본연의 기능에 참맛을 느낀 소비자들이 애플에 열광함으로써 갑작스레 스마트폰의 폭풍성장이 전개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지는 애플 스마트폰의 인기가 저러다 사그라 지겠지하며 쭈뼛 쭈뼛 거리는 사이에 삼성은 애플 아이폰에 대응한답시고 희대의 졸작인 옴니아를 출시하면서 반격에 이른다.

여기서 삼성과 엘지의 차이가 나오게 되는데, 삼성은 이 당시까지만 해도 First Mover는 아닐지언정 Fast Follower로서의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전세계 2위의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이었지만 애플 아이폰이라는 비록 양은 작지만 폭풍 성장세가 예상되는 낌새를 바로 알아채고 일명 옴레기(옴니아+쓰레기)라 불리우는 욕을 먹으면서도 스마트폰 대응을 하였었다.

옴니아는 각종 버그와 버벅거림 그리고 한꺼번에 많은 기능을 넣다보니 배터리 소모가 커서 3-4시간이 되면 전원이 방전이 되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삼성은 옴니아의 문제를 철저히 분석하고 애플의 아이폰을 벤치마킹하여 결국은 갤럭시를 탄생시키게 된다. 삼성이 빠르게 안정화된 스마트폰을 출시할 수 있었던것은 앞서 이야기 한것과 같은 삼성의 융단 폭격과 같은 독특한 개발방식에 있었다.

예를들면 하나의 스마트폰을 만들때도 여러팀으로 분산하여 다양한 방식을 동시에 병렬식으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어찌보면 단순 무식하지만, 어떻게 가야할지 잘 모를경우에는 예상되는 경우의 수를 다해본다라는 것이다.

삼성과 애플이 이렇게 스마트폰으로 전향을 할때 당시 전세계 1위였던 노키아도 최초의 스마트폰을 개발하였지만 숙성된 상태는 아니었고 부품의 플랫폼화와 반도체 칩의 원칩화의 성공에 취해 있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해 노키아도 역사속에 사라지게 된다. 

엘지도 이대로 가다간 큰 문제가 발생될것 같아 전략을 잘 못 세운 남용 부회장을 해고하고, 구씨 일가인 구본준 부회장이 엘지전자의 전권을 잡았지만 한번 놓쳐버린 실기를 다시 회복을 할수가 없게 되어 누적적자가 5조원이 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남용 부회장


그렇다면 엘지 스마트폰의 실패는 맥킨지의 경영전략만을 믿어 시장 출시에 대한 실기때문일까? 그것은 한참뒤에 출시한 화웨이나 샤오미의 성공을 봤을때는 너무 단편적인 생각인것 같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바는 아래와 같다.

1) 글로벌 판매 채널의 부진과 실패다. 이부분은 외국 현지임원들과의 소통에 대한 부분이 큰데, 엘지가 외국 임원들을 잔뜩 뽑았으나 현지화를 제대로 못하고 현지인들과의 갈등이 증폭된게 문제였다. 내부적으로는 현지인들의 고소고발과 본사에서는 현지인들에게 큰 업무를 부여하지 않아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2) 엘지 휴대폰을 엘지 계열사들을 먹고 살게 하는 이른바 숙주 역할을 하게 하였다. 엘지 휴대폰을 캡티브 마켓을 삼아 엘지 이노텍의 각종 부품들과 엘지 디스플레이의 LCD가 공급되어졌는데 엘지 전자가 부품사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과도하게 부품값을 올려 엘지 휴대폰의 제조원가가 쓸데없이 올라가게 되었다. 
3) 개발팀에서 신규 휴대폰에 들어갈 부품 개발과 최적화를 완료 시켜놓았는데 항상 최종단계에서 개발팀에서 최적화시킨 부품을 채택하지 않고 원가 혁신팀에서 채택한 부품으로 폰을 제작하는 이상한 문화가 있었다.  
4) 선행개발팀 조차 삼성이 어떻게 개발 하는지에만 관심이 있을뿐, 먼저 개발하고 혁신을 하려들지 않는다.      
5) 삼성은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서 프리미어 리그의 첼시에 거액의 돈을 투자한다던지, 각종 쇼에 자사의 제품을 홍보한던지, 유명 스포츠 행사에 스폰서쉽 계약을 체결하는등의 과감한 브랜드 노출을 시도하는데 엘지는 이런 것들이 비용이라 생각하는지 매우 소극적이다. 
6) 삼성은 갤럭시 출시 이후 부터 줄곧 갤럭시라는 상품명을 고집하여 브랜드 가치를 키워왔는데, 엘지는 옵티머스가 잘안되자 G시리즈를 출시하는등 브랜드 가치 축적에 혼란을 겪는다.
7) 삼성은 TV를 만들어도 그 속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등을 일체화 하는 전략을 세운다. 휴대폰의 경우에도 반도체, OLED, MLCC, PCB, Saw Filter등등 자사 혹은 계열사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엘지는 이노텍과 디스플레이의 도움을 받고 있고 반도체란 핵심 부품과 중소형 OLED를 등한시하여 최근 트렌드에서 뒷쳐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8) Tier-2도 아닌 Tier-3의 수준으로 떨어지다보니 터치가 가미된 스마트폰의 주요 부품중 하나인 커버글래스 수급도 용이치 않다. 글래스 신제품도 Tier1,2에 비해 늦게 공급받으며 가격도 저렴하지 않다. 계속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엘지 옵티머스



몇년전 모 애널리스트에게 물어보았다. 엘지 휴대폰이 매년 적자인데 왜 휴대폰 사업을 접지 않냐고?
그때 모 애널리스트의 답변이 이랬다. 엘지 휴대폰을 접으면 먹여 살려야 하는 계열사 식구들이 위태 위태 해질수도 있다고.. 
어쩌면 엘지 이노텍과 엘지 디스플레이가 엘지 휴대폰이 없어도 지금에서야 비로소 자립을 할수 있기에 지금까지 사업을 이끌어 오지 않았나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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