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안시성" 리뷰 》
말도 많고 탈도 많아 화제의 중심이 되었던 "안시성"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1. 조인성의 캐스팅은 정말로 무리수였다.
- 영화를 보는내내 사극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앵앵거리는듯한 조인성의 목소리가 정말로 거슬렸다. 조인성의 다른 영화로 보긴 했지만 사극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라 감독이 무슨 생각으로 조인성을 캐스팅했는지 모르겠다.
2. 성동일의 안정된 연기는 무척 돋보였다.
- 코메디, 멜로등등 화려한 주연은 되지 못하더라도, 화려한 조연의 몫은 언제나 성동일의 것이다.
3. 국뽕이 지나치다.
- 안시성 성주 양만춘을 희화한 영화이다보니 국뽕이 지나쳤고 심지어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역사사실과 배척되는 장면들이 많았다. 고증의 실패인지? 아니면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작가의 상상력인지는 모르겠으나 영화이니 후자라고 보겠다.
비록 역사 전공자도 아닌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안시성 영화의 역사적 오류를 짚어보자면..
1. 안시성 성주의 이름은 양만춘이 아니다. (99%의 확실성으로..)
- 안시성 성주의 이름은 중국 사서나, 고려시대에 지어진 김부식의 삼국사기에도 그 이름이 나오지 않고 있다. 양만춘이란 이름대신에 안시성 성주라고 나온다. 당시 고-당 전쟁때 중국 사서에 나온 고구려 장수들의 이름은 모두 전쟁에서 패해 잡혀온 항장들이다. 전쟁에서 이긴 고구려 장수들은 포로가 되지 않았기에 중국 사서에 기록이 될수가 없었던것이다. 그렇다면 안시성의 성주 이름을 왜 "양만춘"이라고 하는 것일까? 양만춘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은 조선시대 한 왕이(어떤 왕인지 까먹음) 안시성 전투의 영웅의 이름을 모르는게 안타까워 신하들에게 물어보니 중국의 어떤 책에서 "양만춘"이라고 한다라고 왕에게 고했는데, 중국의 어떤 책이란 바로 사서가 아닌 일종의 소설책이었다. 소설책에서 등장의 인물의 이름을 붙힐 필요가 있어 안시성 성주의 이름을 양만춘이라고 한것인지? 아니면 근거가 있는것인지는 아직도 알수가 없다. 따라서 "양만춘"이란 이름은 아닐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특히나 고구려 시절에는 "양"씨가 흔치 않다고 한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자연스레 안시성 성주는 양만춘이라고 불러지면서 자연스레 지금까지 그렇게 불려지고 있는것이다. (나도 일단 대세를 따라 양만춘이라 하겠음)
2. 연개소문과 양만춘은 적대 관계였나?
- 영화에서는 연개소문이 양만춘을 죽이기 위해서 자객을 보냈을 정도로 연고소문과 양만춘이 대립각을 세웠고 안시성 근처의 주필산 전투에서 양만춘이 지원군을 보내지 않는것으로 나오는데, 연개소문과 양만춘은 긴장 관계가 있는것은 확실하나 연개소문이 양만춘에게 자객을 보낼정도의 관계는 아니라고 보는게 옳을것 같다. 어떤 역사학자는 양만춘이 안시성에서 독자세력을 형성하여 고구려가 아닌 하나의 왕국을 세웠다라고 주장을 하시는데 이 정도까지는 아니고 고구려에 어느정도의 끈을 가지고는 있으나 연개소문 정권에 동조를 하지 않는 정도라 보면 될것이다. 만약 안시성이 고구려에 충성을 다하지 않는 집단이었다면 당나라의 대군과 맞서 싸우지 않고 항복하는 편이 더 옳았을것이다.
3. 안시성에서 잘 싸워서 당이 물러갔다?
- 양만춘 장군이 안시성내에 있는 병사,주민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싸운것은 사실이라고 본다. 또한 당나라 이세민 황제가 전쟁이 장기화가 되고 보급품이 달려 초조해지자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은 조급증에 당나라 병사들에게 약탈을 허용하자 이 소식을 들은 안시성 사람들은 항복해서 약탈당해 죽는것 보다 싸우다 죽는것이 더 낫다 생각하여 필사적으로 싸운것도 맞는 사실이다. 하지만 보다 결정적인 전쟁의 승리요인은 연개소문이 말갈족 상인들을 시켜 돌궐족 추장에게 뇌물을 잔득 안겨주어 협공을 하자고 외교전을 펼쳤고 돌궐족 추장이 생각보다 안시성 싸움이 길어지니 때는 이때다 해서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당나라 수도 장안을 치자 당나라는 어쩔수 없이 물러날수밖에 없었다고 보는게 옳을것이다. 물론 안시성 싸움도 잘했지만, 연개소문의 외교전도 빛을 발휘한것이라 볼수 있다.
4 토산의 정체는 무엇인가? 당나라에게 토산은 절대적인것인가?
- 당나라가 토산을 쌓아 전쟁에 임했다는 사실은 나온다. 하지만 이슈가 되는 것은 토산의 규모일텐데.. 영화나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처럼 토산의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다라고 보는게 타당할 것이다. 일단 영화를 보면 토산을 쌓는데 3개월 이상 소요가 되었다고 하는데 보급품이 항상 달리는 원정팀이 아무것도 안한채 3개월간 토산을 쌓을수는 없다. 또한 토산을 지키는 수비대장의 직급이 매우 한미하며, 토산이 무너질때 토산을 점령한 고구려 수비대의 숫자가 불과 150여명에 불과하다. 이정도의 사실로 봤을때 토산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하나의 보조수단이지 결정적인 수단은 아닌것으로 보여진다.
5. 당나라의 공성무기들
- 영화에서 안시성을 점령하기 위한 많은 공성무기들이 나오는데 성문을 부수기 위한 "당차" 그리고 성벽보다 높은 위치에서 화살을 쏘고 성벽을 쉽게 넘어가기 위해 고안된 "정란"이 나온다. 양만춘이 군사들에게 정란을 향해 기름 주머니를 던지라고 명하고 불화살로 기름 주머니를 터트려 정란을 태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 당차나 정란등은 목재로 만들어진 공성 장비임에는 틀림없으나, 화공에 대비하기 위해서 불에 타지 않는 동물 가죽으로 보호를 했었다. 영화처럼 허무하게 공성 장비가 타지는 않았으리라 짐작 해본다.
이외에도 양만춘이 활을 쏘아 양만춘의 눈을 쏘아 맞췄다는 것도 허구이다. 또한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당나라가 패퇴하면서 돌아갈때 비록 적장이지만 잘싸운 양만춘에게 비단과 관직(물론 명예직)을 하사하는 배포도 보여주었다고 한다.
물론 영화는 영화일뿐, 영화적 상상력을 뭐라 하긴 그렇지만 영화적 상상력에 자극을 받아 헛된 망상을 피하였으면 한다. 특히 원자력 관련 영화를 보고 허황된 생각을 가지는 멍청한 어른이 생각나 제대로된 사실을 알고 영화를 보자라는 차원에서 길게 글을 써보았다.
'03. 아이비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 리뷰 (1) | 2020.10.08 |
---|---|
영화 "1492 콜럼버스" 리뷰 (0) | 2020.10.08 |
영화 "랜드오브마인" 리뷰 (0) | 2020.10.08 |
영화 "황후화" 리뷰 (0) | 2020.10.08 |
你的初心还在吗? 당신에게 아직도 초심이 있는가? (0) | 2020.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