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초년생일때 현장 엔지니어로 근무를 한적이 있었다. 당시 내가 담당했었던 공정은 동도금(Copper Plating)이었다.
휴대폰과 같은 전자기기에 필수적인 부품인 인쇄회로기판(PCB)에 층과 층사이를 연결하는 아무 미세한 Via Hole 내부에 구리를 도금시켜 층과 층사이의 전기적 연결을 실현시키는 공정인데 휴대폰의 신뢰성에 지대한 영향을 줄수 있는 그러한 공정이기 때문에 공장에서 미세한 불량을 못잡고 휴대폰이 만들어진후 최종고객 단계에서 불량이 터질 수 있는 매우 위험스러운 공정중의 하나이다.
그런 중차대한 공정을 맡고 있다보니 주간 품질회의에 도금 불량이 단골로 선정이 되어 매주 임원들에게 깨지기 일쑤였다.
임원들에게 혼나고 깨지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도금 불량이라는게 원인을 규명하기도 어렵고, 원인을 제대로 Define 하기가 어려우니 해결의 실마리를 잡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매주 있는 품질회의 시간에 원인과 대책에 대해 임원들에게 설명을 해야하는데, 원인은 그저 작업자들이 제대로 일처리를 못했다고 하고 핑계를 대었고 대책은 작업자 교육 철저라고 하였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원인규명이고, 말도 안되는 대책이었지만 사실 직장 초반에 아무것도 모르고 경험도 일천한 내가 품질회의에서 어떻게든 안깨지고 그때를 모면하기 위한 일종의 임시방책이었던것이다.
하지만 임원들이나 고급 간부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분들이 말하는 엔지니어의 역할은 작업자들이 그렇게 작업을 할수밖에 없도록 하는 Fool Proof이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인데 단순히 작업자 교육가지고 해결이 되겠냐는 것이다.
작업자 교육 철저라는 말은 그냥 구호에 불과하며 실천적이지도 않고 구속성이 없다라는 지적이다.
당시 경험이 일천하였고 괴로운 품질회의때 마다 깨지기 싫어 이리 저리 변명만 일쌈았던 나에게 그런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지만 나도 경험이 축적이 되고 야생에서 사업이라는 것을 해보니 옛상사들이 말씀하시는 내용들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해결책이라고 내놓은게 사회적 거리 강화 운운하는 캠페인만 하고 있는데, 이런 조치가 내가 경험이 없던 초보 엔지니어 시절에 품질회의 대책이라고 내놓은 "작업자 교육을 철저히 시키겠다"란 말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게다가 나랏님은 백신을 수배하라고 지시를 하였음에도 실무 공무원들이 뭉갰다고 변명을 하고 있는데, 이런 변명은 내가 경험이 없던 초보 엔지니어 시절에 윗사람들에게 깨지기 싫어 작업자들이 작업방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책임을 미루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자기 발전이란 가끔은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수반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룩해온 과거의 업적을 딛고 한단계 발돋움하는 것이며 과거의 잘못을 철저하게 반성하고 분석하여 재발을 방지하는 행위를 말한다.
왜 우리네 나랏님들은 과거의 경험을 참조하고, 반성하고 개선을 하려는 노력을 하려고 하지 않을까? 왜 우리네 나랏님들은 잘하자! 열심히 하자!라는 구호만 외칠뿐이지 시스템을 만드려고 하지 않을까?
그러한것을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어서 안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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