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옷장속을 뒤적 뒤적거리다 직장생활할때 입었던 오래된 유니폼을 찾아내었다.
요즘은 친정 회사에서 이 유니폼을 입지는 않았지만, 예전에 특히 공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현장에서 반드시 유니폼을 착용해야 했었고 특히 사장님이 주관하는 회의에는 잘 다린 빳빳하고 윤기나는 유니폼을 입고 회의 참석하는게 관례였었다.
수년간 나의 땀으로 절어있었을테고 작업할때 튄 여러 오물들이 튀어 더 이상 입을일도 없는 옷이지만, 어려움을 함께한 나의 분신마냥 수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나와 함께 하고 있다.
당시 이옷을 입고 현장에서 마치 땅꾼(?)처럼 현장 직원들과 어울려 좌충우돌하였던 옛 추억이 떠오른다.
대한민국의 휴대폰 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현장은 매우 다이나믹하였다. 따라서 일선 엔지니어들에게는 말이 아닌 행동이 먼저였었고 문제를 어떻게 헤쳐나갈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자질이었다.
당시 성격이 내성적인 나는 현장에서 이런 저런 이슈들과 다투는 싸움에 가급적이면 휘말리고 쉽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학교 실험실에서 연구만 오래한 나에게는 그런 회사 분위기가 참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그런 분위기가 싫었지만, 회사의 뜻에 맞춰 움직이다보니 시나브로 그런 분위기에 쉽게 적응을 하였고 어느덧 투사로 변모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직도 나에겐 본원적인 내성적 감성이 있으나 직장 생활하면서 후천적으로 길러진 싸움닭에 대한 기질도 함께 존재하는 혼종인듯 싶다.
그러하기에 회사를 다니면서 사업을 준비하는 십수년간 싸움닭처럼 나자신과 가족들과 지인들과 수많은 외부인들과 투쟁을 하면서 살아왔다.
때로는 질책도 받았고 때로는 따뜻한 격려도 받았으며, 때로는 든든한 우군도 만났지만 때로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배신자들도 스쳐지나갔다.
마냥 기쁘지도, 마냥 슬프지도 않았던 어두 컴컴한 긴 터널이지만 어렴풋이 빛 한줄기가 비치는 것을 보니 터널의 끝이라는는 것을 감각적으로 느끼는 올 연말이다.
그러다보니 이번 연말은 아련한 과거도 생각이 나고, 희망찬 미래도 같이 생각이 나게 된다.
#아이비일상 #삼성전기 #유니폼 #싸움닭 #시나브로 #옛추억 #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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