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Ivy Lee라는 영문명을 사용하나?

《나는 왜 Ivy Lee라는 영문명을 사용하나?》 
 
가끔 나에게 당신은 남자인데 왜 여성스러운 Ivy Lee라는 영문명을 사용하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 혹자는 내가 여성인줄로만 알았다고 한다. 
 
사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영문명은 Alex Lee였다. 알렉스란 이름은 고딩~대딩때 영어 공부한다고 한참 나랑 메신저로 영어로 대화하였던 한 캐나다 아재가 지어준 이름이었다. 
 
일단 내 이름은 한국사람들이 들어도 잘못 들어 오기를 하는 경우도 많을 정도로 서양인이 내 이름을 발음하기가 힘이 들어 다양한 외국인 친구를 만나려면 영어 이름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어 캐나다 아재분께 영문 이름 하나 지어 달라고 부탁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나는 내 또래와는 달리 엄청 진지하였고 설명충(?)이었고 시사같은게 해박했다. 그런 부분때문에 캐나다 아재는 내가 지적으로 보인다 하여 "알렉산더"라는 단어에 지의 의미가 들어 있다하여 그때 부터 Alex Lee로 지칭하였다. 
 
좀 흔한 이름 같아서 그닥 마음에 썩드는것은 아니었으나 지적이란 이미지를 덧씌운 Alex Lee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한참을 알렉스란 영문명을 사용하다가 직장에 들어갔는데 그 직장에서는 Single이란 업무형 Portal을 사용해야했고 접속 아이디와 그 아이디를 이용한 메일주소를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주저없이 alex.lee@s○○○○○○.com라는 메일을 신청했는데 그룹에 alex.lee란 아이디를 쓰는 넘이 있는것이다. 그래서 alexlee로 해봤는데 이 아이디도 있고 alex1.lee도 alexlee1도 해봤는데 모두 아이디가 있는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아마 3까지 있었고 4부터는 없었는데 나도 가오가 있는 사람이라 alex4.lee라는 계정을 쓰면 마치 내가 4번째란 의미가 되는것 같아 기분 상해 과감히 alex lee라는 아이디를 버리게 되었다. 
 
그러던중..
당시에 내가 읽고 있었던 책이 있었는데 그 책속에 Parker & Lee라는 컨설팅 업체의 창시자이며 전설적 컨설턴트로 칭송받았던 Ivy Lee(아래 사진 참조)란 분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Parker & Lee 창업자인 Ivy Lee

 
Ivy Lee는 록펠러, 카네기, 모건, 듀퐁등의 유수의 기업들과 거래를 하고 있었는데 그를 정작 유명하게 해준것은 베델레헴 철강회사의 촬스 스왑에게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단 20분만에 컨설팅하고 9백만불의 수주를 따와 촬스 스왑은 아이비 리에게 감사의 의미로 2만5천불의 수표를 써주었다고 한다. (1990년도 이야기) 
 
한참 Ivy Lee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니 나도 이런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강했고 업무 포털 접속 아이디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던 차에 ivy.lee를 선택하고 입력하니 등록이 되는것이었다. 그래서 메일주소도 ivy.lee@s○○○○○○.com이 되었고 내 명함의 영문 이름도 Ivy Lee로 하게 되었던것이다. 
 
그런데 가끔 외국 거래선에 연락을 취하면 영문명이 Ivy Lee로 되어 있는 나에게 Ms. Ivy Lee라고 해서 회신이 온다던지, 회사에 외국인들이 더러 있어 외국인이 보낸 메일을 다수의 사람들에게 포워딩하게 되면 나의 한글 이름으로 메일이 날라가는게 아니라 영문 이름인 Ivy Lee로 가게 되는데 그럴때면 내가 여성으로 많은 사람들이 착각해 메일 개봉도 많아지고, 회의시간에 부사장님이 Ivy Lee가 누구냐며 관심의 인문이 되기도 하였다. 
 
지금도 예전에 거래한 일본인들이 나보고 이さん 혹은 아이비 사마(様)라고 할 정도로 나에겐 이젠 익숙하게 되어버린지 오래다. 어떨땐 내 이름보다 아이비라고 불러주는게 더 정감있기도 한것 같다.. 
 
엊그제 모임에서 아이비가 누군지 궁금하셨던 많은 분들이 계셨는데 이놈이 아이비 입니다~라고 하니깐 다들 아~ 이러시더라.. 
 
어찌되었던 나는 야성녀 아이비가 아닌 젠틀 아이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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